* 소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해리 셀던의 안배대로 흘러가는 역사
전편인 <파운데이션>에서 해리 셀던은 심리역사학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해서 은하제국이 멸망하고 인류가 야만의 시대에 들어설 것을 예측했다. 해리 셀던은 야만의 시대를 줄이기 위해서 은하계 변방에 있는 터미너스에 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파운데이션으로 이주한 주민들은 은하대백과사전을 편찬하는 것을 임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대를 읽는 영웅들은 해리 셀던이 파운데이션을 설립한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챘고 파운데이션은 영웅들의 활약에 힘입어 주변 성계를 지배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결국 은하제국의 위협까지 물리치고 파운데이션은 명실공히 은하의 최강세력이 된다. 여기까지가 <파운데이션과 제국>의 전반부 내용이다. 하지만..
뮬의 출현으로 어긋나버린 해리 셀던 프로젝트
현자이며 예언자였던 해리 셀던의 파운데이션 프로젝트는 뮬이 나타나면서 박살이 나버린다. 파운데이션이 세워진 후 300년이 지난 시점에 시간유물관에 나타난 해리 셀던 홀로그램은 뮬이 은하를 접수해 나가는 현재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한다. 홀로그램은 자신이 하는 예측이 92.4%의 확률로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뮬에 의해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절대적인 존재인 해리 셀던의 예언에 벗어나자 파운데이션은 혼란과 공포에 빠진다.
정보에 의하면 뮬은 돌연변이이며 이해하기 힘든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뮬의 정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셀던이 예측하지 못한 돌연변이에 의해서 멸망의 위기에 처한 파운데이션은 과연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아슬아슬하더니 결국 파탄난 심리역사학
해리 셀던은 <파운데이션> 시리즈 세계관에서 거의 신이나 다름없다. 절대적인 종교 수준이다. 파운데이션은 셀던의 주도하에 설계되었고, 야만의 시대를 넘어 1,000년 후 새로운 문명시대를 인류에게 선사해야 했다. 그런데 앞서 파운데이션의 영웅이었던 샐버 하딘이나 호버 말로의 활약은 왠지 불안했다. 사회전체를 다루는 심리역사학의 기본 명제와는 달리 '셀던 위기'의 순간, 단지 선견지명을 가진 영웅 몇 명이 역사의 흐름을 이어 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칼간이 역사의 중심축으로 활약해야 했던 파운데이션과 은하의 미래는 뮬이라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압도적인 돌연변이가 등장하면서 셀던의 설계를 벗어나고 만다. 결국 셀던 프로젝트는 궤도를 벗어나고 말았고 어긋난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셀던의 계획은 너무 많이 틀어져 버렸다.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마지막 반전
<파운데이션과 제국>은 비밀 두 가지를 알려 주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간다. 하나는 뮬의 정체, 그리고 하나는 제2파운데이션의 위치이다. 마지막에 드러난 뮬의 정체는 충격적이다. 돌연변이로 태어나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낸 뮬은 그 능력을 힘껏 사용해서 결국은 파운데이션을 포함한 은하의 일부를 지배한다. 지금까지대로라면 결국은 뮬은 은하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뮬을 보면서 짠한 마음이 드는 건 또 어쩔 수 없다.
과학력을 기반으로 역사의 흐름을 주도하던 제1파운데이션을 접수한 뮬은 정신력을 기반으로 제1파운데이션의 은하계 반대쪽에 은둔하던 제2파운데이션까지 접수하려고 한다. 하지만 제2파운데이션이 어디에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뮬은 제2파운데이션의 위치를 거의 알아내기 직전까지 가지만 가장 인간적인 애정을 느꼈던 사람 때문에 실패하고 만다. 도대체 제2파운데이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
전편인 <파운데이션>이 마치 <로마제국쇠망사>같이 파운데이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을 그려냈다면, <파운데이션과 제국>은 거기에 추리요소가 더해졌다. 아시모프가 이후 자주 사용하는 반전 요소가 더해져서 전편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파운데이션 3부작> 중 두 번째 책이다. 그리고 3부작 중에서 두 번째로 재미있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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