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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le passe-muraille》 마르셀 에메 Marcel Ayme' /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상상력 넘치는 고전 어느날 갑자기.. 그냥 어두운 방이었다. 뒤티유욀은 벽에 있는 스위치를 찾다가 밖으로 나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충분히 '이성적인' 판단을 한 후 뒤티유욀은 자신이 벽을 통과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놀란 마음에 의사에게 갔더니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병의 원인은 갑상선 협부 상피의 나선형 경화에 있다고 설명하고 체력을 과도하게 소모하라고 하면서 이상항 약을 복용하라고 하면서 준다. (어쩌면 흔한 병일지도 모르겠다) 뒤티유욀은 평범한 프랑스 시민이다. 당연히 '평범한' 시민이라면 생각할 법한 '평범한' 범죄를 저지른다. 우선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직장상사를 놀라게 해서 쫓아낸다. 이후 '평범하게' 은행을 털고 '평범하게' 경찰서에 구금되었다가 '평범하게' 탈옥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자신을 존.. 더보기
《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 / 비장함과 뻔뻔함이 만들어내는 헛웃음 일이 터졌다 모노의 아빠와 엄마는 게임광이다. 자연스럽게 모노도 어릴 때부터 게임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유럽을 무대로 기차여행을 하는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 직원은 단 한 명, 고등학교 절친이자 단 하나 뿐인 친구인 고우창이다. '미스터 모노레일'은 의외로 엄청난 히트를 하면서 모노는 큰 돈을 벌었고 회사는 번창하고 직원도 많아졌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업무에 지친 모노는 여행 겸 새로운 사업구상을 위해 세 달 간 유럽여행을 계획한다. 회사의 업무는 고우창에게 맡기고 홀가분하게 도착한 유럽. 하지만 여행 9일 째 날, 지갑과 여권을 제외한 짐을 날치기 당한다. 그리고 그 순간 한국의 직원에게서 고우창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모노가.. 더보기
《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 상실감이 듬뿍 담긴 단편집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개월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상이 멸망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답게 하늘에서 내리는 눈. 그런데 눈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수천, 수만 개의 볼링공 모양의 '무엇'이 함께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엇'은 땅에 끝도 없는 구멍을 뚫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구멍 속으로 떨어지고 '무엇'은 그치지 않고 계속 쏟아졌다. 가까스로 구멍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은 쏟아지는 '무엇'과 빨려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구멍을 피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엇'은 마치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몰아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이동하기를 닷새쯤 지났을 때, '나'는 어떤 여자가 구멍에 빠지려는 걸 구해주고 추워하는 그녀를 위해 파커를 벗어 줬다. 그녀는 27세의 윤정화. 아무런 희망.. 더보기
《고령화 가족 / 천명관》 참을 수 없는 찌질함의 가벼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아니, 어쩌면 네 가족일지도 모른다. 오인모는 단 한 순간도 전도유망해 본 적이 없는 실패한 영화감독이다. 입봉작에서 제작자에 20억이 넘는 손해를 끼치고 다시는 영화를 만들 기회를 잡지 못하고 10년이 넘는 세월을 충무로 난민으로 살았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팔아 생활을 하다 죽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엄마 집으로 들어간다. 엄마는 형과 함께 살고 있다. 오인모도 그다지 볼 것 없는 막장 인생이지만 형은 개막장이다. 이미 중고등학교 때부터 평범하지 않더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살인만 빼고 할 수 있는 모든 범죄를 저지르며 큰집을 들락날락하더니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밑천으로 운영하던 당구장을 미성년자 강간에 대한 합의금으로 날려 먹고 오.. 더보기
《지옥에서 온 여행자 Valentin Letendre: Amour, Magie Et Sorcellerie》 귀뒬 Gudule /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판타지소설 박치기를 한 후 귀신을 보게 된 소년 열네 살 청소년 발랑탱 르탕드르는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단짝 친구인 레미를 놀리다가 격분한 레미에게 박치기를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후에는 더이상 평범한 소년이 아니게 되었다. 귀신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 통학하는 열차 끝 칸에서 루크레치아 보르자를 봤을 때는 그 멋진 여인이 귀신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보르자는 정확하게는 지하철에서 아무하고도 대화를 하지 못하면서 지하철을 계속 타고 다니는 형벌을 받고 있는 귀신이었다. 그녀가 1519년에 죽은 사람으로 요부이면서 희대의 살인마라는 걸 백과사전에서 찾아 보고 알게 되었다. 귀신은 보르자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칸에는 사형집행인이 타고 있기도 했고, 심지어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속 주인공 악당인 오셀.. 더보기
소설 《진주》 장혜령 / 뚝뚝 끊어진 기록의 파편 개인의 경험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 복잡한 역사없이 평탄하기만 한 삶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밖에서 보면 평안해 보이고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도 한때는 굴곡진 삶을 살았을 것이고 지금도 삶의 혼란 속에서 헤매고 있을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보이는 삶의 경험을 여러 사람이 똑같이 경험을 한다면 그것이 역사가 된다. 그 기억이 아름답다면 좋을테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수십년간 좋지 않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사실 아름다운 기억만 공유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 《진주》는 아름답지 않은 우리의 기억을 개인적의 삶을 통해 끄집어 낸다. 나와 가족에 관한 일기 《진주》는 수많은 짧은 기록의 모음이다. 처음에 기록될 때 어떤 형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글 뿐만이 아닌 다양한 기록들이 있다. 《.. 더보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Andrew Porter / 담담한.. 너무 담담한.. 책을 왜 읽지? 일년이면 대략 70~80 권의 책을 읽는다. 아예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많은 양일수도 있지만 정말 많이 읽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리 많지도 않다. 무엇보다 스스로 만족할만큼 읽지 않고 있어서 항상 더 많이 읽을 것을 다짐하곤 한다. 읽는 책의 종류도 잡다하고 구태여 가리지 않는다.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 편이다. 최근에는 주로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다. 이런 나에게 책을 왜 읽는지 물어 보면 둘 중에 하나다. 지식을 넓히는 것이 첫 번째고, 재미를 위해서가 두 번째다.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읽는 책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재미'라고 한다면 결국 내가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표는 '재미'이다. 나에게 재미있는 책은 좋은 책이고 재미없는 책은 나쁜 책이다. 내가 구태여 책.. 더보기
《신의 궤도》 배명훈 / 설정은 좋지만 조금은 아쉬운 SF 평작 누명을 쓰고 15만년 후로.. 김은경은 인공위성을 1,700개나 소유한 재벌 회장의 딸이다. 그런데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정상적이지는 않다. 은경의 엄마가 회장의 현지처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엄마를 닮아 예쁜 외모를 자랑하는 은경. 하지마 은경의 엄마는 어느날 들이닥친 회장의 본처에게 수모를 당하고 아버지로부터 버림받는다. 이에 절망한 엄마는 3주 후에 자살하고 은경은 고독하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엄마는 진심으로 회장을 사랑했던 것 같다. 회장 역시 은경 모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이후 은경이 비행관련 공부를 해나가는 동안 눈치채지 못하도록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은경은 아버지의 도움을 알게된 후에는 아버지와 연관되는 것을 거부한다. 은경이 다니던 비행학교에는 바클라바라는 터키 출신 소년이 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