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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 / 비장함과 뻔뻔함이 만들어내는 헛웃음 일이 터졌다 모노의 아빠와 엄마는 게임광이다. 자연스럽게 모노도 어릴 때부터 게임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유럽을 무대로 기차여행을 하는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 직원은 단 한 명, 고등학교 절친이자 단 하나 뿐인 친구인 고우창이다. '미스터 모노레일'은 의외로 엄청난 히트를 하면서 모노는 큰 돈을 벌었고 회사는 번창하고 직원도 많아졌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업무에 지친 모노는 여행 겸 새로운 사업구상을 위해 세 달 간 유럽여행을 계획한다. 회사의 업무는 고우창에게 맡기고 홀가분하게 도착한 유럽. 하지만 여행 9일 째 날, 지갑과 여권을 제외한 짐을 날치기 당한다. 그리고 그 순간 한국의 직원에게서 고우창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모노가.. 더보기
《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 상실감이 듬뿍 담긴 단편집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개월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상이 멸망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답게 하늘에서 내리는 눈. 그런데 눈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수천, 수만 개의 볼링공 모양의 '무엇'이 함께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엇'은 땅에 끝도 없는 구멍을 뚫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구멍 속으로 떨어지고 '무엇'은 그치지 않고 계속 쏟아졌다. 가까스로 구멍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은 쏟아지는 '무엇'과 빨려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구멍을 피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엇'은 마치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몰아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이동하기를 닷새쯤 지났을 때, '나'는 어떤 여자가 구멍에 빠지려는 걸 구해주고 추워하는 그녀를 위해 파커를 벗어 줬다. 그녀는 27세의 윤정화. 아무런 희망.. 더보기
《고령화 가족 / 천명관》 참을 수 없는 찌질함의 가벼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아니, 어쩌면 네 가족일지도 모른다. 오인모는 단 한 순간도 전도유망해 본 적이 없는 실패한 영화감독이다. 입봉작에서 제작자에 20억이 넘는 손해를 끼치고 다시는 영화를 만들 기회를 잡지 못하고 10년이 넘는 세월을 충무로 난민으로 살았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팔아 생활을 하다 죽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엄마 집으로 들어간다. 엄마는 형과 함께 살고 있다. 오인모도 그다지 볼 것 없는 막장 인생이지만 형은 개막장이다. 이미 중고등학교 때부터 평범하지 않더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살인만 빼고 할 수 있는 모든 범죄를 저지르며 큰집을 들락날락하더니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밑천으로 운영하던 당구장을 미성년자 강간에 대한 합의금으로 날려 먹고 오.. 더보기
《위험한 비유》 최제훈 / 순한 맛 <퀴르발 남작의 성> 미루의 초상화 여자친구와 함께 대학로에 갔다. 실수로 연극표를 놓고 와서 연극을 보지 못하고 여자친구에게 타박을 받다가 마로니에 공원에 있는 노인에게 여자친구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던 노인은 그림솜씨도 평범하지 않다. 한 장의 예술작품과 같은 초상화를 그리는 노인. 하지만 그림이 완성되어 갈수록 뭔가 이상하다. 분명희 여자친구인 진희를 그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데 묘하게 어긋난다. 이질감을 느끼는 와중에 그림 완성. 머쓱해 하면서 그림을 받아 들었다. 1년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다시 대학로를 찾으니 그 노인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1년 전 그렸던 그림을 노인에게 보여 주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림이 변했다고 한다. 그렇다. 도화지 속에는 .. 더보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 그리움 가득한 SF단편집 공생가설 류드밀라 나보코프는 보육원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나보코프는 멋진 그림을 많이 그렸다. 평생동안 그린 나보코프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알 수 없는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나보코프가 그린 그림이 이상하다. 한 행성의 풍경을 연작으로 그린 그림은 마치 어딘가에 있는 현실세계같다. 그림을 모두 모아 3D로 시뮬레이션하니 누구도 본 적 없는 완벽한 행성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이 행성의 이름을 류드밀라 행성이라고 이름짓고 나보코프가 가진 천재적인 상상력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보코프가 죽은 후 류드밀라 행성과 같은 모습을 한 행성이 관측되었다. 윤수빈과 한나는 '뇌의 해석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연구소에서 영유아들의 뇌를 .. 더보기
소설 《진주》 장혜령 / 뚝뚝 끊어진 기록의 파편 개인의 경험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 복잡한 역사없이 평탄하기만 한 삶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밖에서 보면 평안해 보이고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도 한때는 굴곡진 삶을 살았을 것이고 지금도 삶의 혼란 속에서 헤매고 있을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보이는 삶의 경험을 여러 사람이 똑같이 경험을 한다면 그것이 역사가 된다. 그 기억이 아름답다면 좋을테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수십년간 좋지 않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사실 아름다운 기억만 공유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 《진주》는 아름답지 않은 우리의 기억을 개인적의 삶을 통해 끄집어 낸다. 나와 가족에 관한 일기 《진주》는 수많은 짧은 기록의 모음이다. 처음에 기록될 때 어떤 형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글 뿐만이 아닌 다양한 기록들이 있다. 《.. 더보기
《나비잠》 최제훈 / 섞어놓은 레고블럭같은 괴생명체같은 소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탈옥수, 최요섭 최요섭은 탈옥수이다. 어떤 죄를 짓고 수감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무기수이다. 탈옥 중에 한 여자아이를 인질로 잡아 경찰과 대치하던 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진다. 죽은 줄 알았다. 그런데 목에 걸고 있던 메달에 총이 맞으며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요섭은 메달의 원래 주인인 오나영에게 메달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 무성(지명)으로 향한다. 변호사, 최요섭 최요섭은 법무법인 '사해'의 변호사이다. 사해는 업계 순위 10위 이내에 들어가는 대단한 법무법인이다. 최요섭이 뛰어난 변호사라서 사해의 변호사가 된 것은 아니다. 능력있는 장선배와 연이 닿아 어영부영 사해에 합류했고 이후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잘 버티는 중이다. 연봉은 2억 1천 5백만원. 미인 아내와.. 더보기
《책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오수완 / 책의 미로에서 헤매는 주인공, 독자도 함께 헤맨다 이 책은 도벽이 있는 말더듬이 책사냥꾼이 마흔 살이 넘어 모든 책을 잃고 쓰는 회고록이다. 단 한 권의 책 '세계의 책'은 모든 책의 책이다. 이 책 이외의 모든 책은 '세계의 책'의 주석이며 이 책을 아는 사람은 찰리 한 명 뿐이다. 오래전 알 모히드 바함이라는 술탄의 의전담당 신하가 쓴 아홉권 째 책이 '세계의 책'과 내용은 같았다. 하지만 의미가 달랐기 때문에 술탄에 의해 참수당했다. '찰리 이야기'는 리차드 브라우티건이 지은 책 사냥꾼에 관한 책이고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세계의 책'에 관한 책이다. 뭔가 복잡하고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주인공인 반디가 자신의 경험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써내려 갔듯이 나도 읽은지 며칠되지 않은 《책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의 내용이 가물거려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