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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

《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류츠신 刘慈欣 /삼체에서 시작해서 우주의 끝을 향해 달리다

뇌를 우주로.. 계단프로젝트

윈텐밍은 불치병에 걸렸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죽을 것이 확실하다. 희망이 없는 삶을 살던 그는 얼마전 통과된 법률에 의해서 허락된 안락사를 선택하려고 한다. 그런데 죽기 얼마전 운좋게 꽤 많은 돈을 얻게 된다. 윈텐밍에게는 그다지 쓸모없는 돈이다. 이미 죽을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윈텐밍은 자신에게 의미없는 돈을 자신에게 의미있는 사람을 위해 의미없이 사용하기로 했다. 대학시절 마음을 두었던 청신에게 400광년이나 떨어진 별인 DX3906을 사서 몰래 선물했다.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어 죽음을 결정한 순간, 눈앞에 청신이 나타났다.

'윈텐밍, 너의 뇌가 필요해.'

 

 

청신은 PIA의 멤버이다. 삼체세계의 함대가 지구로 향하는 위기를 맞아 PIA는 함대와 처음으로 대면할 인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태양계의 가장 변방인 오르트 구름까지 인간을 보내기 위한 계단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탑승할 수 있는 인간의 체중이 극도로 적어야 한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한 사람을 온전히 보내려고 했지만 보낼 수 있는 중량이 점점 줄어들어서 마지막 계산의 결과는 500g. 그렇다면 '뇌를 보냅시다.' 이렇게 해서 선택된 것이 죽으려고 작정해서 뇌만 따로 떼어서 우주로 200년간 보내도 문제없는 윈텐밍이다. 결국 윈텐밍의 뇌는 기약없는 우주로 쏘아 올려진다. 하지만 윈텐밍의 뇌는 우주선의 기계적인 결함으로 계획되었던 항로를 벗어나게 되고 우주의 암흑속으로 정처없이 떠도는 운명이 된다. 청신은 윈텐밍의 뇌가 우주로 향하기 직전 자신에게 별을 선물한 누군지 모르는 낭만적인 사람이 윈텐밍임을 알게 된다.

 

청동시대호는 삼체의 물방울 공격에서 살아남은 함정이다. 지구의 패배와 멸망을 예상하고 우주로 피난하려던 중 지구로부터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고 영웅대접을 받으며 귀환한다. 하지만 이들은 지구에 착륙도 못하고 정지궤도에서 반인류죄와 살인죄로 무기징역 등의 선고를 받는다. 청동시대호의 장교인 슈나이더는 아직 돌아오기를 주저하던 블루스페이스 호에 지구로 귀환하지 말라는 마지막 통신을 남기고 사망한다. 블루스페이스호는 통신을 받고 끝없는 우주로 다시 향하고 지구에서는 그래비티호가 블루스페이스로를 쫓아 우주로 향한다.

류츠신 1963`~ . 중국의 대표 SF소설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8년 연속 중국 SF문학상인 은하상을 수상했고, 2015년 《삼체》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훨씬 두꺼워진 책, 훨씬 커진 스케일

류츠신의 《삼체》 시리즈 세번째 책이다. 1권과 2권을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세번째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1권 《삼체문제》에서 지구인들은 지구를 위협하는 삼체세계를 인식했고 2권 《암흑의 숲》에서는 삼체의 위협에서 인류의 안전을 지키는 면벽자 뤄지에 대한 영웅담이었다. 3권은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인 청신과 AA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우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삼체》 시리즈는 과거 이야기는 거의 없고 거의 미래 이야기인데도 '지구의 과거' 연작이라고 하는 건 왜 그런건지 잘 모르겠다. 1부와 2부가 길어봐야 몇 백년을 다루는데 반해서 3부는 수백, 수천억년을 넘어서 우주의 종말까지를 다룬다.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진 듯하지만 막상 실제 이야기의 주무대는 수백년 정도이고 우주의 종말은 마지막 몇십 페이지 정도이니 너무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물질의 속도는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블랙홀은 빛의 속도로도 빠져나갈 수 없어서 관측할 수 없다. 《삼체 3부 - 사신의 영생》에서는 이런 블랙홀의 성질을 이용하고 빛의 속도를 느리게 해서 다른 우주문명이 태양계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태양계의 빛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검잡이 청신, 지구를 구하지 못하다

3부는 2부의 바로 다음으로 바로 내용이 넘어가지 않는다. 삼체 위기가 닥친 후 면벽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로부터 시작한다. 면벽 프로젝트가 성공한 프로젝트로 큰 줄기를 이룬다면 계단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곁가지이다. (결국 계단 프로젝트는 성공했지만 청신은 그 성공을 보기 좋게 걷어차 버린다.) 계단프로젝트를 고안한 것은 청신이고 인류의 대표로 삼체함대를 처음 만나는 사람은 윈텐밍, 정확하게는 윈텐밍의 뇌이다. 윈텐밍은 우주로 떠나고 청신은 계단프로젝트의 성공여부를 보기 위해 동면한 후 깨어나서 놀랍게도 뤄지가 담당했던 검잡이를 계승한다. 뤄지는 삼체세계를 위협하여 균형을 이루고 나서도 54년 동안 삼체세계를 위협하고 있었다. 삼체세계가 지구를 공격하려고 하면 삼체의 위치를 암흑의 숲이 우주로 알려서 서로 멸망하는 버튼을 손에 쥐고 있는 뤄지. 그런 뤄지를 검잡이라 부르고 청신이 그 후계자로 결정이 된다. 하지만.. 검잡이가 해야 하는 일이 뭔지 실감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했던 청신이 검잡이를 승계하자마자 지구는 삼체세계의 공격을 받아 점령당한다.

청신은 위협자가 아니라 안전 장벽이었고 적들은 그녀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p.230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에 있는 입자가속기. 《삼체 3부 - 사신의 영생》에서는 목성 궤도에 초대형 '지구 공전 가속기'를 설치한다.

멋진 하드 SF, 어려울 수도 있다

여기까지 읽어도 아직 책의 1/3도 읽지 않았다. 굉장히 책이 두껍다. 무려 8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이후 어떻게 삼체세계가 멸망하여 지구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간 이후의 역사를 계속 써내려 간다. 청신은 무려 400광년이나 떨어진 DX3906에서 윈텐밍을 만나기도 하고 두 번째 판단착오로 지구를 구할 기회를 다시 한 번 날려 버리기도 한다. 결국 청신은 지구를 구하는 구원자였던 뤄신과는 달리 지구를 지키지 못한다. 그런 주제에 AA와 함께 단 둘이 살아남아 우주의 끝을 본다. 이런 이야기이지만 그 중간은 굉장히 복잡하다. 복잡한 것도 복잡한 것이지만 하드 SF답게 온갖 과학적인 요소들이 스며들어 있다. 11차원이라는 말이 나오면 초끈이론이 생각이 난다. 차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2차원 공격에 당한 지구가 어떤 모양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성이론을 모르면 청신과 AA가 어떻게 400광년이나 떨어진 별까지 죽지않고 여행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기본적인 우주론과 태양계에 대한 지식도 이 소설을 읽는데 필요하다. 아마도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면 줄거리만 따라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분량도 많은데다 어려운 과학이론에 대한 상식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하니 만만하게 읽을 만하지는 않다.

지구는 삼체세계에 의해서 멸망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문명이 보낸 카드 크기의 2차원 공격에 의해서 3차원에서 2차원으로 떨어져 멸망하게 된다. 청신과 AA는 뤄지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태양계 밖으로 탈출한다.

★★★★☆

최근 SF 소설에 관심을 갖고 많이 읽어 보고 있는데, 《삼체》 시리즈만큼 최신 과학이론을 잘 녹여낸 소설은 찾아 보기 힘들다. 그런데 1부 2부와 달리 3부는 시간의 스케일이 너무 크다. 작가인 류츠신이 소설을 장대하게 장대하게 끝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좀 무리하지 않았나 싶다. 적당한 선에서 끝을 맺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3권을 읽고 나서 1권부터 다시 읽어 보려고 했는데, 너무 양이 많다. 일반적인 책으로 따지면 5권 정도 분량이다. 다시 읽어 보려면 꽤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 윈텐밍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지어낸 동화도 흥미롭다. 중간중간 해설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시간 밖의 과거'라는 청신의 회고록은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파운데이션》 속의 '은하대백과사전'을 연상시킨다. 전편에서 느낀 것처럼 류츠신이 아시모프의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SF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 봐야 할 소설이다. 여러가지 과학적 상상력이 얽혀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과학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1/3 정도는 무슨 말인지 모르고 줄거리만 따라갈 수도 있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