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경제

《경제의 속살2 - 경제학자 편》 이완배 / 따뜻한 경제학에서 인간을 찾다

신자유주의의 시대

어떤 학문이든, 모임이든, 주류가 있는가 하면 비주류가 있다. 요새 주로 사용하는 말로 바꿔 보면 인싸(insider)와 아싸(outsider)라고 할 수 있겠다. 주류는 그 사회전체의 생각과 체제를 지배하며 안정을 추구한다. 반면에 비주류는 끊임없이 주류를 흔들며 변화를 모색한다. 한때 비주류였던 생각이 주류의 위치를 차지하면 이제 또다른 비주류의 견제를 받기도 한다.

 

현재 경제학의 주류는 신자유주의이다. 세계의 모든 민중들은 모든 삶에서 자본에게 극한의 경쟁을 요구받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1%는 보답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 하지만 경쟁에서 탈락한 99%는 인간다운 삶은 커녕 기본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는 비참한 환경에 내몰린다. 우리나라도 빈부격차가 심하지만 눈을 전세계로 돌려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나마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우리나라 하위 10%만 해도 최근 생활고로 죽음에 내몰리는 사람이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세계 하위 10%는 그 차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마음껏 밀어주고 있는 거대자본은 이런 비인간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경제의 속살2 - 경제학자 편》은 신자유주의에게 주류를 빼앗긴 비주류 경제학자에 대한 기록이다.

 

경제학이라고 해서 꼭 돈만 생각할 필요가 있어?

경제학은 돈을 다루는 학문이다. 사람이 사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나도 돈을 벌기 위해서 매일 출퇴근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도 한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돈이 없어서 죽는 사람들의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삶을 돈이 지배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고 보니 경제학은 결국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괴물같은 학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경제의 속살2》에서 이완배 기자가 소개하는 경제학자들은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경제학이 돈을 다루는 학문이지만 차가운 경제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가슴 뜨거운 사람을 잊지 말라고 끊임없이 독자들을 일깨운다. 똑똑한 주류 경제학자들의 말빨에 휘둘려 잘못된 생각을 가진 독자의 굳어버린 생각을 깨기 위해 끊임없이 망치를 내려친다.

 

이완배 1971~ .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졸업. 동아일보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기자로 일하다 네이버 금융서비스 팀장을 거쳐 2014년부터 민중의소리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의 가르침 - 속지 마라

1권을 읽을 때도 많이 느낀 거지만 2권에서는 더욱 나의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생각이 얼마나 기존 경제학의 틀에 맞춰져서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굳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나 스스로는 그래도 기존 사고의 틀을 벗어나려고 애를 써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주류라는 건 그 사회에서 활용가능한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언론들이 민중들에게 수없이 주류의 시각을 강조하고 있어서 흔히 말하는 계급배반투표도 많이 일어난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주류언론과 기득권층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서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정말 내 생각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한 학자들은 끊임없이 속지 말라고 우리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책의 내용을 다 소개할 필요도 없다. 목차만 살펴 봐도 우리가 속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사유재산이 자연권이라고? 소유는 도적질이다! -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

자본주의는 어떻게 인류의 본성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나? 칼 폴라니

부(副) 뿐 아니라 빈곤도 확대 재생산된다 - 군나르 뮈르달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

가난에 대해 아는 척 하는 것을 멈춰라 - 뤼트허르 브레흐만

 

칼 폴라니 Karl Polanyi 1886~1964.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의 경제학자.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이 아닌 자본가 계급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1권에 비해서 2권이 좀 어렵다. 수많은 경제학자가 등장하고 그들의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수식이나 그래프를 잔뜩 써 놓은 것도 아니고 1권과 마찬가지로 시사를 곁들여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읽기 힘들지는 않다. 많은 경제학 책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난이도로 따지면 '하'로 분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잘 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알아 두었을 때 유익할 것 같은 많은 비주류 경제학자를 다루고 있어서 경제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경제학자들에 대해서는 더 알아볼 생각이다. 더불어 주류 경제학의 논리에 찌들어 있는 지식을 세탁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쯤은 응원하는 기분으로 사서 읽은 책이지만 정말 좋은 책이다. 곧 있으면 절판이 예상되는데 그 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사서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경제의 속살 2
국내도서
저자 : 이완배
출판 : 민중의소리 2018.12.03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