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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영화

영화 <알라딘 Aladdin> 조금은 아쉬운 애니메이션의 충실한 실사 뮤지컬 영화

 

전설이 된 애니메이션의 리메이크

<알라딘> 애니메이션은 1992년에 개봉되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설이 된 작품이다. 좀도둑이지만 내면은 훌륭한 주인공 알라딘, 기존 공주들과는 달리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자스민 공주가 주인공이다. 마법을 사용해서 아그라바 왕국을 집어 삼키려는 자파같은 악역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역시 <알라딘>의 최고 인기 캐릭터는 파란 피부색을 하고 램프에서 튀어나와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지니다. 그동안 램프의 요정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무시무시한 이미지는 로빈 윌리엄스가 더빙한 떠벌이 지니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지니는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인기 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소설이든 만화든 원작이 있는 영화는 항상 위험하다. 태생부터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알라딘>은 원작도 극장 개봉용 애니메이션이었고, 이미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볼 사람은 다 본 애니메이션이라 내용도 모두 알고 있으니 제작진이 참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한 번 봐 볼까?' 하는 기분으로 관람한 관객들도 꽤 많았을 것 같다. 나는 정보없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리메이크인지 전혀 새로운 내용인지는 모르고 영화를 봤다. 대신 오랜만에 애니메이션 <알라딘> DVD를 꺼내서 옛날 생각하면서 보는 것으로 영화를 보는 준비를 마쳤다.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실사로 옮기다

첫 장면은 윌 스미스가 항해를 하다가 아이들에게 옛날 얘기를 해 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일부러 찾아 보지 않아도 윌 스미스가 지니로 출연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처음 보는 장면이라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진행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오프닝 장면이 지난 후 본 내용이 나오니 하루 전에 봤던 애니메이션과 플롯이 완전히 똑같다. 캐릭터가 똑같고 내용도 세부적으로 약간 바뀐 것 외에는 변함이 없다. 중요한 부분에 나오는 음악마저도 완전히 같다. (최소한 3개의 음악은 같은 걸 알겠는데, 나머지도 그런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모르겠다.) 영화 <알라딘>은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큰 변화없이 안전하게 원작을 그대로 실사로 옮겨 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애니메이션과 있는 그대로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니 역을 맡은 윌 스미스는 로빈 윌리엄스라는 엄청난 배우와 일대일로 비교당해야 하니 영화를 찍을 때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윌 스미스도 멋진 배우이긴 하지만 로빈 윌리엄스에게 대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떠벌이 연기는.. 왠지 윌 스미스와 안 어울린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버하는 연기가 좀 오그라들기는 했지만 크게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멋진 캐스팅, 아쉬운 캐릭터

캐스팅이 참 좋다. 머릿 속에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를 그대로 잘 드러내는 멋진 캐스팅이다. 특히 화이트 워싱 없이 아랍의 느낌이 강한 사람들을 캐스팅한 것도 좋았다. 사실 두 가지 면에서 좀 걸리는게 있었는데, 아랍 사람들이라고 믿고 보긴 하지만 실제 배우들이 사실은 아랍계열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중동 지방 사람들이 본다면 마치 우리가 한국인 역을 하는 베트남 출신 배우를 보는 것같은 생경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옛날 이야기 <알라딘>이 <아라비안 나이트>에 수록되긴 했지만, 배경과 등장인물이 중국과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알라딘 이야기는 아랍 사람들이 꼭 우리들이 북구 유럽 신화를 읽듯이 이국적으로 읽었던 이야기이다. 캐스팅이 적절해 보이긴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는 거다.

 

캐스팅이 마음에 들었던 반면에 캐릭터 표현이 좀 약해 보인다. 알라딘은 영화 내내 너무 진중하고 어두워 보인다. 약삭빠른 좀도둑의 모습도 부족해 보이고 특히 지니와의 케미가 그다지 맞지 않아 보인다. 자스민 공주는 이번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여성의 독자성을 더 크게 부각시킨 캐릭터이다. 원작에는 없던 '직접 왕국을 통치하는 술탄이 되겠다'는 속성을 추가시켰다. 어차피 예전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고, 여자 술탄이 없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원작의 내용과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자스민이 술탄이 되겠다는 생각이 왜 생겼는지 설득력이 떨어졌다.

지니 역을 맡은 윌 스미스는 정말 열심히 했다. 그동안 윌 스미스의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아서 윌 스미스가 이렇게 촐싹거리는 역할을 한 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 뭔가 좀 부족해 보인다. 열심히 촐싹거리기는 하는데,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라 촐싹거리는 연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어색했다기 보다는 오글거렸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막 꼬집어서 나쁘다고 하기에는 잘했지만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지니를 머릿속에서 날려 버리기엔 부족하다.

 

자파르는 정말 많이 아쉽다. 악독하게 알라딘을 밀어 붙이는 모습이 부각되지 못했다. 악당이긴 하지만 크게 위험해 보이지 않아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쁜 사람 정도? 이건 이미 결말을 알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유일한 악역인 자파르가 크게 악랄하게 보이지 않으니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다.

★★★☆

볼만하다. 27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발전한 CG 기술은 이제 애니메이션보다 더 환상적인 화면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수많은 전설적인 애니메이션이 앞으로도 실사화될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애니메이션과 비교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현실감은 더 뛰어나지만 아쉬운 점이 느껴진다. 특히 캐릭터 표현에 아쉬움이 남는다.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도 재미있게 볼 수는 있겠지만 좀 아쉽다고 생각할 것 같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보기 괜찮고 딱히 마음에 드는 영화가 없으면 골라도 크게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정도면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