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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The Wonderful Story of Henry Sugar and Six More》 로알드 달 Roald Dahl / 기상천외하지 않은 잡문집

헨리 슈거 이야기

처음에 길다란 설명은 그만 두자. 원인이야 어찌됐든 헨리 슈거는 정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수련 방법, 일종의 요가수련법을 익히면 카드가 뒤집혀 있어도 숫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방법은 너무나 어려우면서도 간단하다. 3분 30초 동안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모든 잡념을 버리면 된다. 단순하다. 하지만 오로지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처음 헨리 슈거가 초능력을 가지려고 한 이유는 우리같은 속물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카지노에 가서 돈을 왕창 벌고 싶은 것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4초안에 카드 뒷면을 볼 수 있게 될수록 헨리 슈거는 세속적인 욕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결국 헨리 슈거는 수많은 돈을 벌게 됐지만 자신을 위해 돈을 사용하지 않고 전세계 곳곳에 고아원을 건립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가 죽었을 때, 존 윈스턴이라는 회계사는 그의 일대기를 '나'에게 줬다. 흥미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헨리 슈거의 본명은 알려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헨리 슈거가 정말 누구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가 세운 고아원이 우리들 주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로알드 달  Roald Dahl 1916 ~ 1990. 영국의 소설가

잘 모르는 유명 작가의 애매한 작품집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 이름을 들어 봤다. 내가 세계의 유명한 작가를 모두 아는 건 아니라서 책을 읽을 때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책 날개에 2000년 세계 책의 날에 '전세계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뽑혔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또 출판사에서 작가를 띄우려고 무리수를 두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대표작을 훑어 보니 굉장히 눈에 익은 제목이 눈에 확 들어 온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그 기괴하기 이를데 없어 보이는 조니 뎁이 주연을 하고 마찬가지로 기괴한 영화 만들기로 유명한 팀 버튼이 감독한 그 영화? 제목 하나만으로 작가 소개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소설로도, 영화로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지 않았다.)

헨리 슈거는 수련을 통해 일종의 투시능력을 갖게 되고 그 능력으로 전세계의 카지노를 돌며 돈을 모은다.

단편소설집(X), 작품집(O)

제목과 앞날개의 설명을 보고 기대한 건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단편소설집이었다. 기괴하거나 신기해서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책을 기대했다. 책의 제목과 같은 첫번째 소설은 어느 정도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그런데 너무나도 착하게 소설이 끝나 버린다. 그리고 두번째 소설인 《히치하이커》는 유쾌함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대단한 상상력이 보이진 않는다. 이후엔 실화를 취재한 에세이 등. 기상천외하지 않는 글들이 이어진다.

 

책 자체가 소설집도 아니다. 몇 편의 소설과 작가가 쓴 잡문을 엮어 놓은 책이다. 그러니까 그동안 읽어봤던 '기상천외'한 단편소설집(개인적으로는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같은 책을 기대했다.)이 아니라 로알드 달의 잡문집, 좀 좋게 말하면 작품집 정도 된다. 그러니 각 글의 특성도 갖가지이고 소설의 질도 오락가락한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는 좀 흥미롭다. 《히치하이커》는 유쾌하고 《밀덴홀의 보물》은 '정말 그런 일이?'라는 느낌. 《백조》는 기괴하고 화가 난다.. 등등. 소설이나 에세이가 통일성을 가진 것도 아니라서 사실 하나의 제목 아래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놓으면 안될 것 같다.

행복한 경험을 적은 《행운》

오히려 로알드 달이 어떻게 생각지도 않던 작가가 되고, 그것도 유명한 작가가 되어 세계의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고 성공했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자전적 단편인 《행운》이 가장 흥미롭다. (《행운》을 읽고 나서야 로알드 달이 정말 유명한 소설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당연히 재능이 있었기에 소설가가 되었겠지만 '우연히 운이 좋아서'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게 되는 작가의 모습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 행운의 지렛대가 되는 작품인 《식은 죽 먹기》를 보고 난 후에는 좀 고개가 갸웃거리기도 한다.

영화로 만들어 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

★★★☆

기대와는 달리 밋밋한 책이다. 흥미진진한 전성기의 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습작 느낌이 진하게 든다. 추측으로는 로알드 달이라는 유명 작가가 쓴 유명하지 않은 글들을 한 권이 될만큼 모아 펴낸 책이 아닐까 싶다.

 

재미도 어정쩡하니 추천하기도 어정쩡하다. 조만간 영화로든 책으로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나 한 번 찾아 봐야겠다.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로알드 달(Roald Dahl) / 권민정역
출판 : (주식회사 도서출판)강 200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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