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실패한 뮬, 건재한 제2파운데이션
해리 셀던의 셀던 프로젝트는 박살이 났다. 그 누구도 등장을 예상하지 못한 뮬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돌연변이 능력으로 파운데이션이 위치한 터미너스 행성을 점령하고 은하계의 10%를 차지했다. 하지만 거칠 것 없었던 뮬의 은하계 점령은 멈추고 뮬은 다른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바로 제2파운데이션을 찾는 것. 숨겨져 있는 제2파운데이션을 그대로 둬서는 은하계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뮬은 결국 실패하고 파운데이션은 재건된다. 《제2파운데이션》의 전반부는 뮬이 결국은 제2파운데이션에게 무릎을 꿇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서..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3부작 중에서 세 번째 책이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이후에도 여러편 발표하였고, 다른 작가들이 아시모프 재단의 요청에 의해서 공식적인 후속편을 내기는 했다. 그중에 파운데이션 3부작이라고 하면 해리 셀던이 등장해서 심리역사학을 완성하고 초기 파운데이션의 역사를 다루는 《파운데이션》, 한참 발전해 나가던 파운데이션을 뮬이라는 돌연변이가 나타나 점령해 버리는 《파운데이션과 제국》, 뮬이 역사에서 물러난 뒤 물질문명을 대표하는 제1파운데이션과 정신문명을 대표하는 제2파운데이션이 주도권을 두고 싸우는 《제2파운데이션》을 말한다. 같은 파운데이션인데 서로 싸울 줄이야.. 파운데이션 3부작은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핵심이고 가장 재미있고 작품성도 가장 뛰어나다.
전반부에서는 전편 《파운데이션과 제국》에서 제1파운데이션을 점령한 뮬이 다시 등장한다. 돌연변이 정신력을 지니고 물리력까지 손에 쥔 뮬과 감춰진 곳에서 뮬의 은하계 점령을 막아야 하는 제2파운데이션의 정신능력자들의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결국 뮬은 실패하고 제2파운데이션은 승리하지만 더 큰 문제는 후반부에서 드러난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마치 전설처럼 제2파운데이션에 대한 정보만을 갖고 있던 제1파운데이션 사람들, 다렐 박사, 팰리스 앤서를 비롯한 제1파운데이션의 사람들은 뮬과 같이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 그들을 제1파운데이션의 통제하에 두기 위해서 노력한다. 제1파운데이션이 애써서 은하계 암흑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은하제국을 건설했을 때 제2파운데이션이 그 과실을 따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쒀서 개주는 꼴이 되지 않기 위해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나서는 우주선에 꼬맹이 아르카디아 다렐이 몰래 숨어들면서 제2파운데이션을 찾는 모험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럴듯한 진실.. 그리고 진정한 진실..
《제2파운데이션》은 일종의 SF추리소설이다. 실제로 아시모프의 소설은 SF소설이면서도 추리소설의 형태를 갖추었고, 《로봇》 시리즈와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 그런 경향을 많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걸작은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제2파운데이션》과 로봇 시리즈의 《여명의 로봇》이다. 두 소설 모두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마지막에 이중 반전으로 독자의 뒷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서 몰래 숨어들어간 아르카디아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제2파운데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극적인 장치는 정신조정능력을 가진 제2파운데이션이 인간의 뇌에 간섭을 했을 때 나타나는 '뇌파가 변형된 흔적'이다. 아르카디아는 어떻게 추론했는지 알 수 없는 직감으로 제2파운데이션의 위치를 터미너스라고 확신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르카디아의 뇌파가 변조된 흔적이 없다면 이 결론은 사실이고, 변조된 흔적이 있으면 제2파운데이션에 의해 조작된 확신을 주입받은 것이므로 제2파운데이션에게 놀아난 것이 된다. 그리고 아르카디아에게는 뇌파가 변조된 흔적이 없다. 제대로 제2파운데이션에 한 방 먹였다고 기뻐하는 아르카디아와 다렐 박사. 여기서 이 소설 최대의 반전이 드러난다. 그럴듯한 진실과 실제 진실을 아는 순간 나는 아시모프의 구성력에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읽은 것은 꽤 오래전이지만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정말 엄청난 감탄을 했고 그 부분만 여러 차례 읽을 정도였다.
사실 아시모프의 소설은 하드SF소설로 분류하긴 하지만 좀 애매하긴 하다. 실제로 과학이론을 상세히 적용하여 소설을 쓰지는 않았고 '로봇공학 3원칙'과 파운데이션이라는 두 소재를 잘 엮어서 쓴 미래추리소설이자 스페이스 오페라 성격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시모프는 현재까지 많은 존경을 받는 SF작가임에 틀림없고 그중에서도 《제2파운데이션》은 내 생각에 가장 뛰어난 작품 중에 하나이다. 《제2파운데이션》만 단독으로 읽어서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앞의 두 권인 《파운데이션》과 《파운데이션과 제국》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부담감이 있을 수 있지만 앞의 두 권도 재미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
SF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파운데이션 3부작 중 완결편에 해당하는 책이다. 거의 20년 전에 나왔던 현대정보문화사의 책이 절판된 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하고 절판된 책을 비싸게 구매해야 했었는데 몇 년 전 황금가지에서 새로 나왔다. 그것도 굉장히 질좋게 나왔으니 절판되기 전에 꼭 전권을 구매해서 소장할 것을 추천한다. 앞의 두 권도 추천하지만 《제2파운데이션》이 가장 재미있고 훨씬 더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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