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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한시

<송인 送人> 정지상 /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시

송인(送人) 첫번째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비개인 긴 둑에 풀빛이 가득하고,
당신을 보낸 후에 남포에 홀로 남으니 슬픈 노래가 가슴에서 북받쳐 올라 옵니다.
대동강물이 마르는 날이 있을까요?
이별의 눈물을 해마다 푸른 파도에 이렇게나 보태고 있으니.

 

정지상 송인은 두 편이 있다. 학교에 다닐 때 첫번째 송인은 분명히 외웠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두번째 송인은 잘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공부라고 생각하고 외웠기 때문에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조금 나이가 들어서 뜻을 하나하나 새기면서 읽어 보니 정말 멋진 시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정지상은 분명히 남자인데 시의 감성은 완전히 여성의 감성이다. 한때 묘청과 함께 김부식에 대항을 했다고 하는 기개있는 선비였을 정지상이 이런 시를 지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할 정도.
해석은 한자를 그대로 해석했다기 보다는 내 나름대로 붙인 것이기 때문에 꼭 맞는 해석은 아닐 수 있다.

 

남포. 원래는 부산에 있는 남포인지 알았는데 대동강 하류 북쪽에 붙어 있는 도시다. 현재 행정구역은 북한의 남포특별시

 

송인(送人) 두번째

庭前一葉落 정전일엽락
床下百蟲悲 상하백충비
忽忽不可止 홀홀불가지
悠悠何所之 유유하소지
片心山盡處 편심산진처
孤夢月明時 고몽월명시
南浦春波綠 남포춘파록
君休負後期 군휴부후기

 

뜰 앞에는 낙엽 한잎이 떨어지고,
마루 밑에서는 수많은 벌레들이 슬피 웁니다.
홀연히 떠나가는 당신을 막을 수는 없지요.
유유히 어디로 가시는지요.
한조각 마음은 산끝자락에 걸쳐 놓고,
달이 밝은 밤이면 외로운 꿈을 꿉니다.
남포에 봄이 와서 파도가 푸르러지면,
다시 온다는 약속, 저버리지 마세요.

 


정지상 (?~1135)

정지상은 고려전기의 문신이며 서경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돌아 가셔서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서경에서 국자감 시험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었고 고려의 수도인 개경으로 가서 예부시에 급제하여 벼슬을 시작한다. 김부식과 함께 글을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하였는데 묘청과 함께 서경천도를 주장하여서 당시 최고의 권력자였던 김부식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후에 묘청의 난이 일어났을 때 난에 참가하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은데 라이벌이었던 김부식에 의해 체포되었고 법이 아닌 김부식의 사사로운 명에 의하여 처형되었다.

 

정지상은 결국은 정치적으로는 패배했지만 시인으로서의 재능이 출중하여 후대로 갈수록 극찬을 받는다. 특히 시를 지을 때 고사를 인용하지 않고 객관적인 묘사를 한다기보다는 개인적인 감성을 주로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의 품격이 웅장하다기보다는 다정다감한 느낌이 강하다. 특히 대표작인 송인은 고려시대 가장 멋진 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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