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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

<<모모>> 미하엘 엔데 Michael Ende / 아무튼 모모한테 가보자

이름 : 모모
성별 : 여
사는 곳 : 남쪽마을 작은 원형 경기장
나이 : 100살 혹은 102살
특기 : 듣기

 

비룡소의 책은 참 예뻐서 소장하는 즐거움도 있다.

 

시간을 팔면 돈이 생긴다

어느날부터인가 마을에 이상한 남자들이 나타난다. 회색 양복을 입고 중절모를 쓰고 항상 시가를 입에 물고 있다. 즐겁고 여유있게 살던 사람들에게 나타나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구태여 알려 준다. 그리고 시간은행에 시간을 저축하라고 한다. 이자까지 듬뿍 쳐서 되돌려 준다고 한다. 허비해 오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냉큼 약속을 하고 나의 시간을 저축하기 시작한다. 삶은 바빠지고 돈은 더 많이 번다. 삶에 여유가 없어지고 뭔가 하고는 있지만 정리가 되지 않는다. 너무 바빠서 가족과 친구를 되돌아 볼 겨를이 없고, 누군가와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

 

당신은 지금 기억은 못할지라도 시간도둑에게 시간을 도둑맞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한 장면. 시간도둑님들.

 

모모

모모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꼬마다. 나이도 모르고 부모님이 누군지 모른다. 모든 사람의 친구이며, 읽는 것은 못해도 듣는 것을 잘한다. 누구든지 모모에게 얘기를 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이 된다. 모모는 별로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얘기하다 해결이 된다.

모모가 시간도둑들의 정체를 눈치챘다. 시간도둑들도 모모의 존재를 성가시게 생각하게 됐다. 모모를 설득하려던 영업사원 하나가 증발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모모는 시간도둑들이 훔쳐간 사람들의 시간을 되돌려 받으려고 모험을 한다. 시간도둑들은 모모를 통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눠 주는 '세쿤두스 미누티우스 호라' 박사를 찾아내서 시간을 통째로 훔쳐 내려고 한다. 모모와 시간도둑들의 한 판 대결이 시작되었다. 모모가 우리의 시간을 되찾아 올 수 있는지 기대하고 지켜 보기로 한다.

 

정신없이 사는 어른을 위한 우화

모모는 시간에 대한 우화이다. 동화고 판타지이다. 점점 바빠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아끼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시간을 도둑맞고 있다고 가르쳐 준다. 사회가 바빠지면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 쓰려고 노력한다. 하루하루 시간을 아껴 쓰다 보면 나중에는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착각한다. 정말 그럴까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오늘 바쁘게 산다고 해서 내일 여유로워지는 것 같지는 않다. 내일은 더 바빠진다.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결실이 생긴다고 믿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는 당연히 잘 모른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책은 계속해서 묻는다.
너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거야?

 

영화의 한 장면. 모모.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동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고 어른도 읽을 수 있다. 읽는 사람마다 어떤 작중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는지에 따라 느낌은 다를 것이다. 아이들은 모모를 따라 모험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바쁘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을 바라 보며 자기도 다를 것 없다고 한탄을 할 수 있다. 어쩌면 시간도둑들에게 공감을 하며 시간을 아껴가며 일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당연한 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재미있고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 준다. 책을 읽다가 잠깐 덮어 두고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잠깐 고민을 한 후에 다시 읽을 수도 있다. 아니면 책 속에 살짝 숨어 있는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같은 건 집어 치우고 판타지 소설로 읽어도 괜찮다.


<<모모>>를 처음 읽은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나 중학교 때인 것 같다. 이전에 써 놓았던 글을 보니 11년 전에 또 읽었다. 이번에 읽은 건 세 번째다. 어릴 때 어떤 기분으로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11년 전에 읽고 간단히 적어 놓은 것을 보니 모모가 내 시간의 꽃을 찾아서 해방시켜 주기를 절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굉장히 바쁘고 힘들 때 읽었었나 보다. 이번에 읽으면서는.. 충격적으로 내가 회색양복을 입은 시간도둑 중에 한 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혹시.. 사실은 내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사람이 아닐까?

 

미하엘 엔데. Michael Ende. 독일의 작가. 어릴 때는 마이클 엔데로 알았었다. 대표작은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

1973년에 처음 나온 책이다. 45년이 지났다. 모모는 아직도 모험을 하는 중이다. 시간도둑들로부터 시간의 꽃을 해방시키지 못했다. 11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모모가 빨리 내 시간의 꽃을 해방시켜 줬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든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책을 읽기는 해야겠는데 복잡하거나 집중해야 하는 책을 읽기는 싫고, 읽으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싶지만 깊이 생각은 또 하기 싫은 사람이 읽기 좋다. 두 번 읽어도 괜찮다. 읽고나서 아이들에게 던져줘도 좋다. 비룡소의 책들은 하드커버에 재생용지 비슷한 종이를 썼고 디자인이 예뻐서 읽은 후에 장식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집에 친구가 놀러 오면 그래도 이름은 아는 책이라고 한 번 펼쳐 보기도 한다. 이 책이 재미있으면 같은 작가의 <<끝없는 이야기>>도 함께 추천한다. 모모보다 덜 유명하지만 훨씬 재미있다. 그리고 훨씬 두껍다.

 

사족>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은 모모를 보면 '모모는 철부지~'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를 수 있다. 그 모모랑 이 모모는 다른 모모니까 괜히 아는 척하다 제대로 아는 사람한테 걸리면 망신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 노래에 나오는 모모는 로맹가리의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모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