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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과학

《신의 방정식 오일러 공식》 데이비드 스팁 / 아름다운 방정식을 통해 살펴보는 수학

도대체 이걸 어떻게?

나는 문과대 출신이다. 대학에 진학한 후 머리아픈 수학문제를 더 이상 풀지 않아도 된다는 걸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고등학교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상대성이론이나 양자론같은 물리학에 관심이 가더니 수학에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건 마치 초등학교 졸업 후 서예를 하지 않게 되어서 좋아하다 뒤늦게 도장 공부 한답시고 서예공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모순적이다. 수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그나마 읽으면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암호, 소수에 관한 흥미로운 주제가 많은 수론을 가장 좋아한다.

 

이런 나에게 오일러는 이름은 많이 들어 봤지만 도대체 뭘 한 건지는 제대로 모르는 이름만 위대한 수학자이다. 겨우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나 말년에 거의 눈이 멀었다든지, 논문을 엄청나게 많이 냈다는 정도가 오일러에 대해 아는 전부이다. 그리고 흔히 오일러의 공식이라고 하는 자연상수 'e'와 허수 단위 'i', 원주율인 'π'와 1, 0으로 이루어진 식을 알고 있다. 이해하는게 아니다. 그냥 알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 식은 아무리 봐도 정말 멋지고 신기하다. 가장 유명한 유리수 두 개인 π와 e, 곱셈과 덧셈의 항등원인 1과 0, 가장 유명한 허수인 i, 이렇게 다섯 개를 엮어 만든 식이라니.. 저 식에는 마치 아무 상관없이 만들어진 다섯 대의 차가 합체해서 한 대의 슈퍼로봇이 되는 것같은 짜릿함이 존재한다.《신의 방정식 오일러 공식》은 이렇게 짜릿한 오일러 공식을 이해해 보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다.

다섯 개의 수를 핑계로 살펴보는 수학의 역사

오일러의 공식을 이해하고 싶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뭘 이해하고 싶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공식이 어떻게 도출되는지 알고 싶었던 걸까? 오일러 공식의 엄밀한 증명방법을 알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언뜻 보기엔 멋져 보이지만 수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 등식이 수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알고 싶었던 걸까? 내 궁금증을 뒤로 하고 《신의 방정식 오일러 공식》은 기본적인 방향으로 달려간다. 각 숫자의 역사와 그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초반을 할애한다.

 

우선 지수의 밑인 자연로그 'e'는 복리를 이용하여 설명한다. 자연로그가 뭔지 몰랐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이해했다. 원주율 '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복소평면에 대항 설명없이 허수 단위인 'i'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 와중에 유리수와 무리수에 대해서도 다루고 초월수(e와 π는 초월수인데 초월수에 대해 개념을 잡은 건 이 책을 읽은 중요한 소득 중 하나이다)와 대수적인 수에 대해서도 알려 준다. 무한을 다루니 칸토어가 등장하지 않을 도리가 없고 칸토어를 숭배했던 힐베르트 역시 언급된다. 즉, 오일러 공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전 지식을 설명하는데 책의 앞 부분을 설명한다. (아직까지도 나를 괴롭히는 제논도 등장하신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수하자인 오일러의 생애에 대해서도 다룬다.

데이비드 스팁 David Stipp. 미국의 의학, 생물학 전문기자

계산은 최대한 피하지만 쉬운 건 아니다

저자는 오일러 공식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지식을 함께 설명한다. 계산을 하는 과정은 따로 없기 때문에 머리가 크게 아플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면 오산. 많은 사람들을 절망하게 하는 삼각함수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 들어서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오일러 공식 어디에 삼각함수가 끼어들 틈이 있었던 건지.. 하나하나 따라가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넘어가면 뒷부분이 뒤죽박죽이 되기 때문에 만만치는 않다. 게다가 읽는 동안은 이해한 것 같더라도 누군가에게 설명을 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없으니 책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없고 오일러 공식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해야겠다.

레온하르트 오일러 Leonhard Paul Euler 1707 ~ 1783. 스위스 출신의 수학자.

★★★★☆

수학은 나에게 있어 이해하지 못하는 현대미술과 비슷하다. 이해는 못해도 맛이라고 보고 싶은 심정이다. 그나마 미술보다 나은 것은 어떻게든 따라가다 보면 이해가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아서 잠깐씩 지적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수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리 만무할 것이다. 수학 관련 전공을 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쉬워서 시시할 것 같다. 즉,《신의 방정식 오일러》은 딱 나같은 사람, 수학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교양수준으로 수학을 보는 사람에게 적당한 책이다. 특히,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을 가진 오일러 공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것을 권한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다시 읽어봐야겠다.

 

추천.

신의 방정식 오일러 공식
국내도서
저자 : 데이비드 스팁(David Stipp) / 김수환역
출판 : 동아엠앤비(과학동아북스)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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