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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음악

<푸치니, 그 삶과 음악> 줄리언 헤일록 / 오페라로 매듭지어진 푸치니의 삶

푸치니는 몰라도 나비부인은 알겠지.

서양의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푸치니의 이름을 반드시 들어 봤을 것이다. 서양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푸치니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품인 <나비부인> 을 들어 보지 못한 사람은 많지 않다. 오페라는 다양한 클래식 음악 장르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면서 돈이 많이 드는 음악 장르이다. 오케스트라가 필요하고 노래를 할 성악가가 있어야 한다. 공연은 당연히 대형 극장에서 해야 하고 무대장치 역시 화려하다. 지금도 뮤지컬 작품 하나를 제대로 올리려면 굉장한 돈이 들고 공연기획이 한 번 실패했을 때는 기획사는 치명적인 상처를 받게 된다.

 

오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실력이 검증되고 흥행성이 보장된 최고 수준의 작곡가만이 오페라 작곡을 위촉받아 공연을 할 수 있었다. 푸치니는 작곡하는 오페라마다 성공을 거두었고,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거의 마지막 오페라 작곡가 중에 한 명이다. 그리고 평생동안 오페라 작곡에만 매진했던 작곡가이다. 이 책은 푸치니의 삶과 그의 오페라 작품을 설명한 책이다.

 

자코모 푸치니 Giacomo Puccni 1858~1924

푸치니라는 제목의 작품, 오페라 하나가 한 장을 차지한다

제목이 그대로 내용이다. 푸치니의 삶과 작곡한 오페라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물론 푸치니가 오페라만을 작곡한 것은 아니지만 푸치니의 다른 음악을 들을 기회도 없었고, 어떤 작품이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푸치니의 작품은 오페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초반에 푸치니의 초창기 다른 작품을 잠깐 다룬 것을 제외하고는 오페라만을 설명한다. 더해서, 푸치니의 삶을 오페라의 작곡 시기로 나누고 있다. 마치 대나무가 매듭지어져 있는 것처럼 푸치니의 삶의 한 마디마다 오페라가 한 편 있고, 그 중간을 채워나간다는 느낌이다. 그냥, 푸치니의 삶이라는 한 편의 오페라에 각기 작품이 한 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써내려간 책이다.

 

주세페 포르투니노 프란체스코 베르디 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1901 푸치니 이전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 베르디, 그리고 푸치니로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클래식에서 이탈리아의 음악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악 음악을 한정해서 바라볼 때, 이탈리아는 끝판왕의 느낌이 강해 보인다. 노래를 해 본 사람은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좋은 소리를 내는데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지만 발음도 중요하다. 이탈리아어에는 음악을 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모음이 5개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나고 자라면서 기본적인 두성을 패시브 스킬로 장착한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너라고 불리우는 카루소나 파바로티가 이탈리아 사람인 건 당연한 것 같다. (일본도 발음이 단순한데 왜 세계적인 성악가가 없냐고 반문을 하거나, 도밍고나 카레라스는 어따 빼먹었냐고 물어 보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난 음악전문가가 아니다.)

 

19세기부터 20세기로 넘어가는 이탈리아에서는 오페라가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기획사들은 좋은 원작을 구해서 판권을 산다. 작가를 섭외해서 원작을 오페라에 맞도록 수정한다. 수정된 대본을 보고 작곡가는 작곡을 한다. 이 때, 가장 키를 쥐고 있는 것이 작곡가였던 것 같다. 세비야의 이발사를 작곡한 로시니가 19세기 초중반을 장악했고, 끝도없이 오페라를 써내려간 베르디가 19세기 말을 지배한 후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세상을 떠났다. 황제가 떠난 자리를 많은 오페라 작곡가들이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고, 이탈리아의 마지막 오페라 황제의 지위는 푸치니의 차지가 된다.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인 투란도트. 3막으로 이루어진 마지막 부분을 작곡하지 못해서 프랑코 알파노가 완성을 했다. 토스카니니가 1926년 초연을 했으나 푸치니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프란코 알파노가 작곡한 부분은 연주하지 않았다.

상대하기 싫은 성격과 여성편력

푸치니는 이탈리아 루카에서 태어났다. 푸치니의 아버지는 음악교사였지만 푸치니가 6살 때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음악적인 영향은 거의 받지 못하다가 18세에 베르디의 아이다를 처음 보고 오페라에 뜻을 두었다고 한다. 밀라노의 음악원을 졸업할 즈음, 소쵸뇨라는 악보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신작 오페라 콩쿠르에 응모하기 위해 첫 오페라 <요정 빌리>를 작곡한다.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는데는 실패하지만 공연을 할 기회를 잡은 <요정 빌리>는 열광적인 환호를 받게 된다. 푸치니는 공연의 성공을 기회로 해서 오페라 기획사인 라코르디사와 계약을 맺고, 이후 전문 오페라 작곡가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다.

 

이후 푸치니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계속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푸치니는 훌륭한 오페라 작곡가이긴 하지만 훌륭한 인격을 지니거나 상대하기 편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페라를 작곡할 때마다, 1. 작품을 선정하는데 기획사와 마찰을 일으키고, 2. 거의 완성된 거나 다름없는 작품을 뒤집어 엎고, 3. 마음에 안들면 또 줄이고, 4. 대본작가는 못해먹겠다고 때려치우려고 하고, 5. 기획사는 작곡가와 대본작가를 중재하느라 고생하고, 6. 겨우겨우 올려서 환호를 받는다. 그리고 중간중간 유부녀와 바람피우고, 여자 꼬시는 행태를 반복한다. 성악가나 지휘자하고 마찰을 일으킨 적도 많다.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푸치니는 재능은 뛰어나지만 그 외에는 딱히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이다.

 

푸치니가 작곡한 토스카의 초판본 표지

푸치니를 이해하기에 충분한 종합선물세트

푸치니의 오페라를 중심으로 푸치니의 삶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각 오페라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고, 감상의 포인트도 적어 두었다. 부록으로 책에서 나오는 용어를 자세히 풀이해 놓은 용어집 뿐만 아니라 푸치니의 생애 연표도 수록해 놓았다. 푸치니의 초기음악부터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가 가득 들어 있는 2장의 CD는 포노출판사의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의 가장 멋진 장점이다. 책을 읽다 보면 푸치니의 음악을 들어 보고 싶은데, 이 때 부록 CD는 큰 즐거움이 된다. CD에 있는 음악은 다시 책 속에 해설이 들어 있다. 한 마디로 푸치니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이 다 들어 있는 책이다.

 

음악감상과 독서가 취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음악감상이나 독서가 어떻게 취미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꿋꿋이 얘기한다. 내 취미는 음악감상이고 책읽는게 취미라고. 음악을 들을 때도 그렇고 책을 읽을 때도 그렇고, 대체로 중구난방식이 되게 마련이기 때문에 가끔씩 시간을 내서 흩어진 지식에 체계를 잡아 줘야 할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럴 때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난 포노출판사의 열렬한 팬이다.

 

푸치니의 음악을 좀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당연히 이 책은 푸치니에 관한 내용밖에 없으니 다른 작곡가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를 한 번 훑어 보고 마음에 드는 작곡가의 책을 집어 드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은 시리즈 16번 째 책이다. 모든 작곡가를 다 아울러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