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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과학

《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 사토 카츠히코 佐藤勝彦 / 아주 쉽게 설명한 상대성이론

상대성이론, 현대물리학의 한 축

현대물리학의 양대산맥은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이다. 상대성이론은 주로 빛과 중력을 포함하는 거시세계를 다룬다면 '양자론'은 주로 원자, 전자, 쿼크같은 미립자. 즉, 미시세계를 다룬다. 나같은 문과 출신에게는 둘다 어렵다. 그래도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 체계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이해하기 어려워도 꾸역꾸역 책을 읽고 있다. 수식같은 것이야 봐도 머리만 아프고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단지 그 이론들로 설명하는 세계에 대해서 '대강'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은 상대성 이론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꽤 괜찮은 입문서이다.

佐藤勝彦. 1945 ~ . 일본의 물리학자. 우주학, 우주물리학

'수식이나 전문용어를 가능한 한 쓰지 않은'

책 겉에 쓰인 문장이 마음에 든다. 상대성이론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물리학 전공자는 아닐 것이다. 물리학 전공자들은 이미 기본적인 내용은 잘 알고 있으니 이 책을 읽지는 않겠지. 관심이 없는 사람은 당연히 이런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책은 깊이 공부하고 싶은 사람보다는 상대성이론의 맛을 보고 싶은 사람이 읽을 것이다. 당연히 수식이나 전문용어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이해할 수 없다.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책인 이유다.

 

첫 장에서 대뜸 빛의 속도를 30m/초라고 설정하고 이 때 관측되는 일들을 설명한다. 상대성이론의 허무맹랑해 보이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은 느려지고, 무게는 늘어나고 길이가 짧아진다'는 주장은 빛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일반적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은 느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빛의 속도를 느리게 상정하고 설명하는 것은 꽤 괜찮은 방법이고 나도 상대성이론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이다. 류츠신의 《삼체》 3부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주인공들이 수백억년 후의 미래로 가는 모습이 나온다. 이후 아인슈타인의 생애를 짧게 안내하고 특수상대성이론의 두 축인 상대성원리와 광속불변의 원칙을 설명한다. 그 후 일반상대성원리를 등가원리를 통해서 설명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1879 ~ 1955. 말할 필요없는 상대성이론의 아버지.

다양한 예를 통해 '현상'을 설명한다

상대성이론은 일상생활에서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속을 깊이 들여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은 이런 현상들을 비유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수상대성원리에서는 동시성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설명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은 늘어나고 길이는 짧아지는 현상들을 설명한다. 일반상대성이론 편에서는 가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이 느려지고 중력이 강한 곳에 가까울수록 물체 역시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들이 잘 설명되어 있다. 어차피 수식을 써봐야 일반독자는 알지도 못하니 이렇게 현상으로 상대성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2019년 4월 EHT(Event Horizon Telescope, 사건의지평선망원경) 연구소에서 관측한 블랙홀의 모습

쉽지만 모두 다룬다. 그래도 상대성이론.

쉽다고 해서 대충 쓴 책은 아니다. 상대성이론에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다 다룬다. 그리고 설명도 상당히 쉽게 하고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책 속에 있던 내용들을 이미 다른 책을 통해서 수차례 읽어 왔던 내용들이라 별문제 없었는데, 상대성이론에 대해서 처음 읽는 사람들도 그럴까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건 책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성이론이라는게 원래 어려운 거니까..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려면 그저 조금씩 이해해서 이해 범위를 넓혀가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써놓으면 내가 마치 상대성이론을 잘 아는 것 같지만 나도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질량이 큰 물체 주위에서는 시간은 느려지고 공간이 휘어진다.

아쉬운 번역

책 자체는 좋은데 번역은 좀 아쉽다. 일본책은 번역할 때 문장의 구조가 우리나라 말과 같아서 1:1로 번역하면 대체로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꽤 되는데 《상대성이론의 아름다움》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1:1 번역을 한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적색편이라고 쓰는 용어를 적방편이같이 잘 쓰지 않는 용어들이 포함된 것도 아쉽다. 하나하나 적어 놓지는 않아서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용어가 꽤 됐었던 것 같은데, 감수하신 분은 뭘 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중간중간 나오는 일본어체 문장도 독해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더라도 눈에 거슬렸다.

 

★★★★

쉽게 읽을 수 있고 상대성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펼쳐들고 읽을 수 있다. 상대성이론을 완전히 이해한다기 보다 살짝 들여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